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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리뷰/문화리뷰

영화리뷰) 살인자의 기억법 (스포주의)

by 동그랑땡땡 2017. 9. 12.

책에 이어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도 보고 왔어요. 원작을 보고 영화를 보면 실망감이 큰편이라 안보는 분들이 많으신데, 저는 영화도 기대되어서 보고 왔어요. 평들이 좋기도 하고 주인공 설경구씨의 연기도 엄청 좋다고 해서, 기대가 더 크기도 했어요. 그리고 원작과 후반부가 완전히 다르다는 말에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살인자의기억법살인자의기억법

 

일단 영화버전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얘기하자면 영화다운 스토리였습니다. 원작버전의 내용으로 그대로 영화를 냈다면 아마 오히려 실망했을거에요. 영화로 치면 허무할 수 있거든요. 내가 지키려고 했던 딸과 죽이기로 결심했던 살인마가 모두 없는 존재 내 기억이 만들어낸 존재라는게 어찌보면 자고 일어나니 모두 꿈이라는 설정과 다를바가 없으니깐요. 다들 그런 결말의 영화는 허무하게 생각하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원작 그대로 만들어지지 않길 바란 사람이기도 합니다.

 

초반의 설정까지는 원작인 살인자의 기억법과 동일합니다. 알츠하이머로 가까운 기억부터 잃어가는 연쇄살인범 병수와 딸 은희 그리고 이 동네에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연쇄살인마 민태주. 이런 기본 배경은 똑같지만 책과 다른점이라면 일단 병수에게 직업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원래 책속에서는 직업이 없는 노인으로 나오거든요. 영화에서는 병수가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동물을 살리고 사람은 죽이는 아이러니한 형태로 나오게 되죠.

 

병수의 살인동기도 다르게 나옵니다. 책 속에서는 말 그대로 사이코패스 살인 그 자체를 즐기는 살인범이라면, 영화 속 병수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우연히 살해 후 가족이 평온해지는걸 느끼고 세상엔 필요한 살인이 있구나를 느끼며 본인 기준하에 없어져야 할 사람들을 살인하는 동기가 있는 살인범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라이벌이자 또 다른 살인마 민태주의 살인동기도 영화 속에서는 나오는데요. 역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죽이고자 칼로 찌르다가 뒤에서 어머니가 다리미로 민태주의 머리를 내려치고, 그때 이후로 여자들은 똑같다면서 여자들만 골라 죽이기 시작해요. 원작에서는 살인마가 없기 때문에 동기도 안나오지만 영화속 민태주는 실제 살인마의 모습으로 나오기에 동기를 부여해준듯 합니다.

 

그리고 살인자의 기억법 책 속의 딸 은희와 영화 속 딸 은희의 이야기도 다른데요, 책 속 은희는 병수의 딸이 아니에요. (물론 영화도 그렇지만 책 속에서는 전혀 상관이었는 사람이죠) 본인이 죽인 어떤 여자가 자기 딸만은 살려 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하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병수는 그 약속을 지켜주기로 합니다. 은희를 키우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병수 아내의 딸로 나오죠. 물론 다른 남자와의 외도로 낳은 딸이지만 어찌 되었든 연관성은 있습니다.

 

그리고 살인자의기억법 결말을 비교해보자면 원작과 영화가 상당히 다르다는걸 알 수 있어요. 책 속에서 병수의 잘못된 기억이 만들어낸 은희는 없는 사람이었고, 민태주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은희는 아주 어렸을적에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미 병수가 죽였고 민태주는 살인범이 아닌 평범한 경찰로 나오죠.) 영화 속 은희는 실존인물이며 끝까지 살아남게 되죠. 그리고 민태주는 경찰이자 살인범으로 병수와 대결을 하며 클라이막스로 치닫습니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결말을 허무하고 간결하게 얘기하자면 병수는 은희를 민태주의 손에서 살려내고 예전 살인사건들이 밝혀져 요양원에 감금됩니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오는 순간 자살을 결심하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민태주가 살아있단 착각으로 민태주를 찾아내어 또 다른 살인을 시작하려 하죠 어찌보면 열린 결말입니다.  민태주가 진짜 살아있는지, 아니면 죽었는데 기억을 못하고 민태주를 찾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이를 민태주라 착각하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게 되는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든 결말로 마무리를 합니다.

 

제가 원작인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기억법을 안보고 영화를 봤으면 더 재미를 느꼈을 것 같아요. 물론 영화를 보고난 후에 책을 읽었다면 뭔가 밍밍했을듯 하구요. 책과 영화 둘 다 나름대로 각자의 재미가 있는 이야기였어요. 참고로 설경구의 연기가 대단하긴하니 책으로 보신분들도 한번 쯤 볼만하지 싶어요.